사람 냄새나는 도소매시장 우펀푸 @221228 story of taiwan 타이완의 의류 중심지라고 하면 열에는 아홉 ‘우펀푸五分埔 의류 도매 시장’, 이른바 ‘우펀푸 상권’을 떠올립니다. 타이완 국내 신진 디자이너가 만든 클래식 정장부터, 에슬레저 룩, 유니크한 스트릿 패션, 아동복, 반려동물 옷, 의료부자재나, 가방, 신발, 액세사리 등 패션 관련 점포가 몰려 있는 우펀푸 의류 시장은 타 지역 대비 다양하고 저렴한 가격대를 갖추고 있어 백화점보다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저렴한 가격에 쓸 만한 본새나는 옷을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북부 수도 타이베이시에 있는 우펀푸 상권은 타이완 중부 타이중시의 톈진(天津) 의류상가와 남부 가오슝시의 안닝지에(安寧街) 의류 시장과 함께 타이완을 대표하는 3대 쇼핑 메카이기도 합니다. 백화점이나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시도 조차할 수 없는 흥정! 하지만 타이완을 대표하는 3대 쇼핑 메카 중 하나인 우펀푸 상권에선 아직도 흥정은 필수입니다. 유쾌한 실랑이와 오고 가는 흥정 속 손님과 시장상인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는 곳, 시끌벅적한 흥정 속 우펀푸 상권은 아직도 여전히 옛 정서, 옛 풍경을 간직한 채 사람의 정과 사람 냄새 나는 옛 시장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 스토리 오브 타이완에서는 우펀푸 상권의 역사와 어떻게 우펀푸가 타이완의 쇼핑 메카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독 교체 없이 4년을 준비해 온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타이완 현지시간 3일 오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마지막 3차전에서 드라마 같은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죠! 지난 3일 오전 타이완 친구들과 치킨을 먹으며 한국과 포르투갈전 결과를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후반 추가 시간에 캡틴 손흥민의 질주 후 황희찬의 역전골이 터지며 16강 드라마가 완성되는 순간, 포르투갈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던 타이완 친구들도 밴투호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그 순간만큼은 ‘한국인’이 되어 벅찬 마음을 드러내며 함께 기뻐했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도 어느덧 조별리그가 끝났습니다. 일본, 호주에 이어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한국까지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카타르 월드컵엔 이전 월드컵엔 전례 없었던 아시아 돌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현재 타이완서도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한국대표팀의 유니폼과 일본, 그리고 36년 만에 원정 월드컵 16강의 쾌거를 이룬 모로코대표팀의 유니폼까지 16강에 진출한 국가 대표팀들의 유니폼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습니다. 타이완을 대표하는 3대 쇼핑 메카 중 하나인 우펀푸 상권에 있는 몇몇 점포도 16강에 진출한 국가대표팀의 엠블럼이 찍힌 양말, 모자, 머리 띠 등 월드컵 관련 각종응원용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타이완의 쇼핑 메카 우펀푸의 역사는 청나라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현재에 의류 도소매시장이 형성되기 전 우펀푸는 지역 원주민족이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이었던 곳이었습니다. 이후 각각 하何씨, 주周씨, 심沈씨, 두杜씨, 이李씨 이 5개 성씨의 가문에서 자금을 모아 원주민족으로부터 땅을 매입하게 되었고, 우펀푸, 오분포(五分埔)라는 지명은 이들 5개 성씨가 원주민족으로부터 구입한 땅을 사이 좋게 5등분으로 해서 나눠 가져갔다는 데서 유래해 청나라시기부터 현재까지 사람들은 이 지역을 5개로 분할한 땅이라는 뜻에 ‘우펀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다만, 우펀푸는 돼지를 사육하는 돼지농장과 결핵 등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을 수용하는 요양 시설이 빽빽하게 모여 있어, 해방 전까지 우펀푸는 가난한 동네라는 인식이 강했던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다 1959년 태풍 ‘모라꼿’이 타이완을 강타하며 우펀푸가 있는 수도 타이베이 등 타이완은 침수 등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다만 피해복구 과정에서 우펀푸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인구 유입이었습니다. 태풍 모라꼿의 영향으로 타이베이 기차역 인근에 거주하고 있던 퇴역 군인들은 집이 침수되어 당장 거주할 곳을 잃었고, 정부에서는 해결방안으로 우펀푸 지역에 수천 개의 주택을 건설하고 이들 퇴역 군인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이후 퇴역 군인들이 우펀푸 지역으로 대거 이동하게 되면서 우펀푸는 더 이상 가난한 동네가 아닌 공무원 등 중산층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일자리가 많으면 그만큼 사람도 늘어나는 법. 1960년대 당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타이베이로 상경한 젊은이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그 중심에는 의류 공장이 밀집되어 있던 우펀푸도 있었습니다. 1960년대 의류 제작 상담부터 원단 가공, 생산, 납품까지 의류 가공 제조 업체들이 즐비해 있던 우펀푸는 노동 인구 유입으로 활력 넘치는 동네로 한 발짝 다가섰습니다. 타이완 국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의류의 절반 이상의 원단 가공이 거쳐가던 우펀푸는 1970년대부터는 의류 공장에서 기성복을 제작하고 납품한 후 남은 자투리 천을 간단히 가공해서 스커트, 바지, 아동복 등을 만들어 우펀푸 인근 상점에 납품해 지역 주민들에게 팔았고, 이때부터 우펀푸의 의류산업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단과 의류를 가공하던 공장 중심에서 1970대에 들어서며 우펀푸는 백화점에 가지 않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의류를 구입할 수 있다는 입소문과 함께 본격적으로 의류시장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이후 1990년대부터는 원단, 의류부자재, 액세서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반려동물 용품까지 취급하는 ‘종합시장’이 만들어지면서 한때 점포수가 약 2,000개에 달하는 타이완을 대표하는 의류 시장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이 부상하고 또 대형 의류 업체들이 저가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우펀푸에 가지 않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의류를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레 우펀푸가 설 자리는 좁아졌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우펀푸의 영광은 빛이 바랜지 오래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최신 유행하는 옷을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할 때 여전히 타이완인들의 마음 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답은 바로 우펀푸입니다. 오늘 스토리 오브 타이완에서는 유쾌한 흥정 속에서 사람의 온기와 정이 넘치는 곳, 옛 풍경을 간직한 채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의 모습이 남아 있는 우펀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