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의 벅참을 글로 남기지 않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 또 블로그를 켰다.
한동안 정말 침울하다 못해 지난 달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우울증 경증(아주 경증!)까지 받았다. 뭐가 문제였을까.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루고 이렇게 원하는 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데 도대체 뭐 때문에 스스로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걸까. 비슷한 질문을 내게 던지고, 또 던지고. 애써 답을 찾아내려 했지만 결국 무한반복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을 아픈 채 내버려둘 수 없으니 힘내야 지, 정신 차려야지, 방법 찾아야 지, 그렇게 최면 걸 듯 했던 것 같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안되면 다른 것으로 다시 도전하고 하다가 어느날 친구가 에어리얼 후프를 하는 사진을 보았다.
"내가 찾는 것, 이거 잖아."
에어리얼 후프가 아닌 나는 플라잉요가가 떠올랐다. 땀 벌벌 흘리는 운동을 싫어하는 내가 즐겨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은 플라잉요가다. 그것도 지금까지 3년 넘게 지속해왔다. "그래, 난 플라잉을 하고 싶었던 것였네." 그 동안 천장 높은 센터, 잘 맞는 선생님을 찾지 못하고 플라잉 쉬고 있었는데 친구 사진을 보고 욕심이 생겼다. 끊임없는 서칭 끝에 드디어 괜찮은 곳을 찾았다.
그리고 오늘, 개인 레슨을 받고 왔다. 뭐랄까. 속으로 꽉꽉 채워진 느낌이랄까. 나는 선생님의 지도로부터 선생님이 요가라는 것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고스란히 느꼈다. 그런 선생님과 연습하는 일분일초가 알차고 행복했다. 한시간이었던 수업이 한시간반이 되고 다시 두시간으로 넘어갔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진이 다 빠진 나를 보고 달달한 커피를 건네며 "할 수 있어, 해내야만 해."라고 말해준 선생님께 감사했다.
대체 얼마만인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을 플라잉을 통해서 되찾았다. 정말 이 선생님과 함께라면 그 어떤 어려운 시퀀스도, 평생소원인 다리 찢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정말 정말 행복했다.
"다음주에 봬요 원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