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작품 속 여자 주인공은 착하고 아름답게 그려지지만, 러빗 부인은 정반대의 결을 그린다. 전미도는 “평상시에 드러내지 못하던 감정을 이 역할을 통해서 마음껏 할 수 있으니까, 거기에서 오는 쾌감이 있다. 역시 연습을 해보니까 굉장히 매력적인 역할이다”라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큰 틀은 6년 전과 다르지 않지만 전미도는 6년 전보다 러빗 부인의 인간적인 면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전미도는 “여섯 살 더 먹고 나니까 인물이 더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그때는 인물이 선택하는 것들이 코믹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훨씬 더 인간적으로 이해되는 점이 있다”라며 “이 여자가 선택하는 모든 것은 토드 때문이다. 토드가 좋고, 토드와 미래를 꿈꾸는 욕망 때문에 모든 걸 선택한다. 혼자 사는 여자가 장사도 안되는 파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누구한테 의지하고 싶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인육 파이 만드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시키겠나. 하지만 이번에 보니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들더라. 평범한 사람이고 먹고 살기 위해 했던 선택이다. 멀리서 보면 기괴하고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그 선택을 한 입장에서는 절박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걸 선명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전미도만의 러빗 부인은 악함과 사랑스러움이 공존한다. 인간적인 면을 적절히 녹여서 러빗을 표현하고 싶다는 전미도는 “배우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맡은 인물을 선하게 포장해서 설득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하지만 이 역할은 마냥 그래서는 안 된다. 사람이 완전한 악인, 선인이 없는 것처럼 선택한 것들이 아주 나쁜 선택이지만 그 선택을 하기까지 이 여자가 처한 상황이라든지 어리석은 욕망 때문에 선택했던 것들이 인간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라며 “마냥 동떨어진 인물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전미도는“6년 동안 내가 변화하고 생각했던 지점도 있으니까,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더라”며 “후반에 가서 러빗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있다. 아직도 어떻게 할지 마음을 못 정했다. 매일 다른 걸 시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러빗이 토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전미도는 “먹고 살기 힘든 건 모든 시대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금은 너무 잘사는 시대인데도 불구하고 윤리의식을 잃어버리고 자기 이익만 생각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여전히 있다”라며 “살인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남한테 드러내지 않는 더러운 면도 얼마나 많겠나. 그런 것들이 시대에 상관없이 공감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억울한 옥살이 끝에 15년 만에 돌아온 비운의 이발사 스위니토드 역은 강필석, 신성록, 이규형이 맡았다. 세 배우와의 호흡에 대해 전미도는 “세 사람이 확실히 다르다. 필석 오빠는 무게감이 확실히 더 있고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촉촉한 눈매에 사연이 있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성록 배우는 굉장히 냉철하고 이성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게 느껴지더라. 내가 ‘엘리자벳’ 죽음을 보고 반해서 더 그런 면이 보이는 걸 수도 있다. 규형 배우는 입담이 좋은 배우다. 적재적소에 재치 있게 애드리브 한다거나 말맛을 잘 살린다”라고 각자의 매력을 꼽았다.
특히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강필석과는 5년 만에 재회했다. ‘필미도’라는 수식어로 사랑받았던 만큼, 두 사람의 재회를 기다리는 관객들도 많았다. 전미도는 “항상 말조심해야 한다. 여러 번 작업한 배우와 너무 자주 만나니까 당분간 만나지 말자고 농담처럼 말했는데 정말 몇 년 동안 못 만났다. 5년 만에 필석 오빠를 만나서 연기하게 됐는데, 오빠가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 안정감을 느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간에 맞혀온 호흡을 무시할 수 없더라. 몇 번 안 맞춰도 합이 잘 맞는 게 느껴졌다. 5년 동안 필석 오빠도 많은 것이 변화됐다는 게 느껴졌다. 원래도 여유있던 사람인데 여유가 더 생겼더라. 그게 연습실에서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줬다. 더 반갑고 행복했다”라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