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유미가 머리를 쓸 일이 생기면 세포들이 힘을 합쳐 맷돌을 굴린다. 이성 세포와 감성 세포가 치열하게 토론을 벌이고, 머리에 떡꼬치를 꽂은 출출 세포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추리를 담당하는 명탐정 세포, 야릇한 생각을 하는 응큼 세포 등 수많은 세포들이 유미의 선택을 만들어낸다. 그 순간들이 쌓이면서 유미도 성장한다.
30대 직장인 유미의 사랑 이야기지만 일과 인생에 대한 고민들이 녹아들어 있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장장 5년7개월 동안 누적 조회 수 34억 뷰를 기록한 이동건 작가의 웹툰 《유미의 세포들》이다. 이 웹툰은 2018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만화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떡볶이, 과자, 맥주, 은행 상품 등 영역을 뛰어넘는 콜라보는 이동건 작가가 그려낸 웹툰의 영향력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유미의 세포들》은 《달콤한 인생》(2011)으로 데뷔한 이동건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이다. 그는 미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다 자퇴한 후 인디밴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며 20대를 보냈다. 생계를 위해 입사한 회사에서 다이어리 스티커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홍보용 만화를 제작하다 웹툰을 그리게 됐다. 서른에 정식 작가가 됐다. 그는 여성보다 여성의 마음을 더 섬세하게 표현하는 터라 여성 작가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만큼 세밀한 표현을 인정받는 것이라며 ‘즐거운 오해’라고 말하는 그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고민,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만화적인 표현으로 전달하고 싶어 하는 웹툰 작가다.
그래서 작가는 자존감이 떨어졌을 때 스스로에게 하던 말을 웹툰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명이라고. 그렇게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택하며 성장한 유미와 세포들은 이제 화면에서 움직이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tvN에서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이 방영 중이다.
이동건 작가의 신작은 네이버 웹툰 《조조코믹스》다.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가 설전을 벌인다는 설정, 일상 속의 불행과 행운들을 포인트로 계산한다는 신선한 발상이 이 작가의 신작에서 빛난다. 《유미의 세포들》에 《달콤한 인생》의 나니가 등장했던 것처럼, 《조조코믹스》에는 《유미의 세포들》의 구웅이 등장한다. ‘무빙건’ 웹툰의 세계관이 펼쳐질까. 그의 세포들은 끊임없이 맷돌을 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