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지...대만의 놀토 @230126 story of taiwan
대만이야기 시간입니다.
한 때 '요즘 애들'이었지만 벌써 훌쩍 자라버린 90년대생들.
1990년대생인 저도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때는 이런 게 유행했었는 데”하며 한 때 인기를 끌었던 음악, 연예인, 만화에 대한 주제로 2000년대생 요즘 타이완 청소년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2000년대생 요즘 친구들에게 “어머! 그게 뭐예요?”부터 “그 배우 가수였어요?”라는 대답을 들을 때면 “와~ 90년대 생인 우리도 이제는 라떼인 것 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 때가 요즘 부쩍 많아지고 있습니다.
속으로 “우리 때는 분명 이런 게 유행했었는 데, 표정을 보니 모르는구나”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런 식에 저희 90년대 생은 알고 2000년대 생은 모르는 충격적인 세대 간의 기억 차이로, 타이완의 90년대생들이 요즘 2000년대 생 타이완 아이들과 세대 차이를 가장 많이 느끼는 순간을 꼽자면, 모든 90년대 생들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인 ‘MP3’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이지 않나 싶습니다.
CD 플레이어와 달리 작고 깜찍한 디자인으로 90년대생들에게 없어서는 안 됐던 MP3, 그런데 MP3를 모르는 요즘 타이완의 2000년대생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스마트폰이 있는데 굳이?”라는 느낌으로 2000년대생 친구들이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만큼 그때 그 시절 좋아하는 노래를 컴퓨터로 내려 받고, 다시 MP3에 옮겨 담은 뒤, 버튼을 꾹꾹 눌러가며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해 듣던 MP3만의 매력을 2000년대생 친구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또 이해하고 싶어하지도 않아 하더라고요.
또 일본만화 꽃보다 남자를 원작으로 2001년 타이완 CTS방송사가 제작한 드라마 유성화원이 대박이 터지면서, 드라마 속 꽃미남 4인방 일명 F4를 연기한 타이완 남자 배우 언승욱, 주유민, 주효천, 오건호는 일약 탑스타로 부상했고, 이 네 배우는 브라운관을 넘어 F4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보이 그룹으로 2000년대 타이완, 홍콩 등 중화권 가요계를 제패 했습니다.
비주얼뿐만 아니라 가창력과 춤 실력까지 모두 갖춰 당시 모든 여학생들의 마음을 훔쳤던 타이완 남자 그룹 F4. 하지만 프로젝트 그룹이다 보니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며 어떤 멤버는 다시 본업인 배우로 돌아가 오로지 배우 활동에만 전념했고, 또 어떤 멤버는 솔로 가수로 활동하게 되면서 요즘 타이완의 2000년대 생들에게는 무대위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4인조 남자그룹 F4보다는 브라운관 혹은 스크린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의 F4 가 익숙할 뿐입니다.
2000년대생 요즘 타이완 청소년들에게 드라마 유성화원 속'다오밍스(道明寺)'로 불리던 배우 언승욱과 ‘화저레이(花澤類)’라 불리던 배우 주유민은 남자 아이돌 F4가 아닌 타이완을 대표하는 최고의 남자 배우일 뿐이고, '메이줘(美作)'라 불리던 미국 화교 출신 오건호는 영어를 잘하는 타이완 대표 솔로 남자 가수로 더 친숙합니다.
그리고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눌때면 세대차이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장벽을 느끼곤 합니다.
바로 “라떼는 말이지 토요일에 격주로 학교에 갔었어”라는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면 90년대생인 20~30대들끼리는 “맞아, 맞아”하며 격하게 반응하며 폭풍 공감하지만, 요즘 2000년대 생은 “토요일에 왜 학교에 가요?”, “그럼 일주일에 하루 밖에 못 놀았던 거예요?”라며 토요일에 격주로 학교에 갔었던 시절이 타이완에 존재 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타이완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가 바뀐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돌아보고, 타이완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 패션 등 타이완의 레트로 감성에 푹 빠져드는 오늘 레트로타이완 시간에서는 90년대생은 격하게 공감하지만 요즘 타이완의 2000년대생은 모르는 그때 그 시절 ‘격주로 학교 가는 토요일’, 혹은 ‘격주로 등교하지 않았던 토요일’에 대해 집중 조명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1998년 초·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타이완 학생에게 때아닌 희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요일 하루 빼곤 매일 같이 등교해야 했지만, 1998년부터는 매월 격주로 토요일에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었죠.
지금은 주5일제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당시 토요일까지 등교를 해야 했던 타이완 학생들 사이에서 토요일, 일요일 이틀을 쉴 수 있는 노는 토요일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2001년 1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5일 근무'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기 전, 주6일 근무제에서 주5일 근무제로 바뀌는 과정에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당시 타이완 학생들에게 ‘토요 격주 휴업’이라는 꿀 같은 제도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고, 초, 중, 고등 학생이었던 지금의 90년대생은 등교를 하지 않아도 되는 토요일 즉 '노는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렸고 노는 토요일 당일이 되면 이틀 연속 쉴 수 있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2001년부터 주5일제를 전면 시행한 정부 방침과 무관하게 이보다 훨씬 전, 몇 년 앞서서 자체적으로 노는 토요일을 도입한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TSMC의 본사 등 타이완의 IT, 반도체 기업이 집중되어 있어 타이완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신주입니다.
1980년대 타이완 정부 주도하에 긴밀한 산, 학, 연 협력을 통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 산업단지인 신주과학산업단지가 조성됐습니다. 이후 신주과학산업단지는 무서운 속도로 급성장했고, 1990년대에 들어서며 세계적인 컴퓨터 산업의 허브로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통했습니다.
더불어 신주과학산업단지 내 기업은 직원의 사기를 올리고, 업무 효율을 증대 시키기 위한 복지 정책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정부의 방침과는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했고, 이후 1995년 8월부터 신주 지역 초등학교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며 주5일 근무제를 일찌감치 도입한 신주과학산업단지는 다른 지역보다 먼저 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주 5일 근무제의 긍정적 영향은 노동생산 증가 뿐만 아니라 다음날 출근 걱정, 아이들 등교 걱정을 안해도 금요일 저녁은 밤 늦게 가족과 야시장이나 영화, 공연을 즐기는 게 일반화 됐고, 금요일 또는 월요일 하루 연차를 사용하면 2박 3일 쉴 수 있어 외딴 섬 진먼, 펑후 등 국내 여행은 물론 홍콩 등 단기 해외 여행도 보편화 됐죠.
주5일제라는 시대를 앞서간 복지정책으로 신주과학산업단지 내 IT 기업들은 사원과 가족의 행복을 기초로 행복하고 즐거운 회사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고, 또 사원들의 사기를 올리며 노동생산 증가와 함께 사업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신주과학산업단지는 90년부터 지금까지 쭉~ 연금 소득이 타이완에서 가장 높은 지역, 삶의 질이 높은 매력적인 지역, 살고 싶은 곳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오늘 대만이야기 시간에서는 요즘 타이완의 2000년대생은 모르는 매달 2번! 격주로 토요일은 등교하지 않았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